본문 바로가기

MIL-GALL/세계일보

[정전60주년] 중감위 수석대표…남북 신뢰 쌓으면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 있어

[정전60주년] 중감위 수석대표…남북 신뢰 쌓으면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 있어

남북 '정전협정'으로 경제적 손실 커, 더 안정적 협정 필요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를 일시적으로 멈추고 항구적인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상태가 지속돼 올해 60주년이 됐다.

정전협정에서 규정된 감독·감시·시찰 및 조사의 임무 집행과 이를 통한 조사 결과를 군사정전위원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이다. 연평도 포격도발 등 정전협정 위반 사건을 조사하고, 한미 연합훈련의 정전체제 위협 여부를 감시하는 것도 이들의 맡고 있다.

중립국 감독위원회(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 NNSC)는 1953년 7월 27일 한국 전쟁 정전 협정문이 서명되면서 설립됐다. 중감위는 UN군 사령부 군사정전 위원회 소속으로 북측과 남측의 관계를 통제하는 데 역할을 두고 있다. 

현재 남측에만 스웨덴과 스위스 대표단이 5명씩 파견됐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어느 국가의 인원도 주재하고있지 않다..

중감위 소속 장교의 활동을 그려 잘 알려진 영화 '공동경비구역·JSA(2000년)'에서는 배우 이영애씨가 미모의 중감위 스위스 육군 소령 '소피 장'역으로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 중립국은 한국 전쟁에 가담하지 않은 국가로 규정 때문에 당시, 유엔사령부 측에선 스웨덴과 스위스를, 중국 인민지원군과 조선인민군에서는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를 선택했다.

한편 체코슬로바키아의 해체 이후 체코와 슬로바키아 모두 북한측 감독위원회를 승계하지 않았고, 폴란드는 비상주 형태로 중감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8일 한미연합사에서 만난 앤더스 그랜스타드 해군 소장(54·Anders Grenstad)은 스웨덴 수석대표로 2년 3개월간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오는 10월 스웨덴으로 돌아가 합참의장 안보전략 보좌관에 취임할 예정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정전협정을 무효화시키려는 북한의 협박에도 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 협정을 기초로 해야만 남북이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며 "하지만 남북의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곧 다른, 더 안정적인 협정이 빨리 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정전협정 60주년이 됐다. 정전협정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정전협정은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돼 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전협정일지라도 한반도 안정과 평화라는 측면에서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올 봄에도 북한은 정전협정 파기를 주장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협정의 95% 이상이 잘 지켜지고 있다. 이 협정을 기초로 해야만 남북이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또 다른 60년을 기다리지 않는다면 더 좋겠다. 만약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남북한 군대를 축소시킬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런 군대를 운영하려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지속적으로 무효화하려는 의도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더 이상 자국에 유리한 협정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협정체결 당시에는 소련이 있었고, 폴란드와 체코 역시 한반도에서 중립국감독위 소속으로 활동했다(지금은 폴란드만 바르샤바에서 활동). 중국 역시 경제화 때문에 바쁜 와중에 한미 동맹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데, 북은 자국이 고립될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정전협정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앞으로도 정전협정은 유지될 것으로 보는가. 또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정전협정은 남북 신뢰와 대화의 토대가 된다. 이것을 기초로 개성공단도 금강산도 논의할 수 있다. 정전협정을 대신할 더 나은 협정이 나오기 전에는 유지 될 것이다. 남북관계는 한국전쟁 이후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숱한 대화를 비롯한 햇볕정책을 폈고, 심지어 이전 (이명박) 정부는 강경노선도 취해 봤다.

어떤 것도 소용없었다.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다. 북한이 위협을 통해서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반도는 긴장과 완화가 반복 되고 있고 60년 동안 한국에 주둔했던 중립국 감독위원회도 북한의 의도를 아직도 분석하기 힘들다. 다만, 북이 먼저 태도를 바꾸어야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한국에 주둔하면서 느낀 남북관계 긴장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아직도 한반도 긴장상태는 상당히 높다고 본다. 특히 서구에서는 북의 위협, 협박을 한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북한은 1995년 이후로 중립국 감독위원회와 어떠한 대화도 일절 하지 않고 있지만, 우린 항상 북쪽을 향한 문을 열어두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는 언제나 환영이다"

-중립국감독위원회의 향후 역할은.

"남북한이 원하면 평화협정이 맺어질 수 있다. 그러면 중립국감독위원회는 없어질 것이다. 사실 빨리 없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날까지는 공정하게 활동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전에서 (북한과) 싸운 당사자가 아니다. 스웨덴은 (한국전쟁 당시) 야전병원을 운영했고 스위스는 돈과 물자를 지원했다. 중립국감독위원회가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이나 미국이 잘못을 해도 이것을 (유엔에) 보고한다"

순정우 기자 chif@segye.com
사진=공동취재단